산비탈 다락 논처럼

곱고 애달픈 봉화의 추억

 

아주 오랜 전, 처음 찾은 봉화는 가난했다.

한 고개마다 서너 가구가 고작인 산골 마을에서는 맹물에 간장을 더한

국수 한 그릇 대접받기도 미안했다.

가파른 고갯마루를 숨이 차게 오르면 또다시 앞을 가로막는 봉우리에

절로 긴 한숨이 나왔다. 산 너머로 해가 지면 발 아래 조차 보이지 않는

캄캄한 어둠 속에서, 확성기처럼 들려오던 개구리 소리가 무서워

앞만 보고 내달렸다. 하지만 가장 그립고 잊혀지지 않는 것은

집으로 돌아오던 날 정류장까지 배웅나온 아이들 손에 한아름 가득했던

이름 모를 들꽃 다발과 아이들의 눈망울이다.